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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ld in studying — 만들면서 배운다, 비개발자가 버티컬 AI를 만드는 법

· Ascendy Engineering


TL;DR

이 글에 대하여. 인터뷰(/interview)로 썼다 — 내가 답하고 편집자(AI)가 캐물어 입장을 발전시켰다. 단정추측을 구분했다(학습력·적성 논리는 1인 운영자의 N=1 관찰이다). 회사·가족·미공개 계획은 일반화하거나 뺐다.

가족의 부탁에서 시작됐다

이 모든 건 가족의 부탁에서 시작됐다. “사진이 너무 많은데, AI가 알아서 정리하고 찾아주는 클라우드 같은 거 없어?”

찾아봤다. 구글 포토도, 아이클라우드도, 내가 아는 어떤 클라우드도 내가 원하는 만큼 그걸 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만들 생각이 없었다. 나는 클라우드 엔지니어다. AI 개발자가 아니다. 모델을 서빙하고 추론을 돌리는 건 내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냥, 내 고민을 GPT와 Gemini와 Claude에게 털어놓았다. 푸념에 가까웠다. 그랬더니 셋 다 같은 말을 했다 — “만들 수 있다.”

AI가 바꾼 건 기술이 아니라 ‘거리’다

여기서 멈춰서 생각해보면, 바뀐 게 정확히 무엇인지가 보인다.

내게 아이디어가 없었던 게 아니다. 만들 줄 몰랐을 뿐이다. 예전 같았으면 “오, 좋은 생각인데 — 이걸 어떻게 만들지? 모델은 어떻게 띄우고, 추론은 어떻게 돌리고, 서버는… 아 어렵겠다”에서 끝났을 일이다. 생각만 하고 끝나는 것이다.

지금은 그 문장이 “오, 이거 Claude랑 Codex 시켜서 만들면 되겠다”로 바뀐다. AI가 무너뜨린 건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실현 사이의 거리’다. 도메인 전문가의 머릿속 아이디어가 “어떻게 만들지”라는 벽 앞에서 죽지 않게 된 것 — 이게 핵심이다.

오해는 말자. 진입이 쉬워진 것이지, 깊이가 사라진 건 아니다. 그럴듯한 MVP를 띄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게 됐지만, 보안·인프라·스케일처럼 제품이 진짜 무게를 견디는 영역은 여전히 노련한 개발자가 잘한다. 쉬워진 건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Build in studying — 만들면서 배운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 초보 단계부터 하나씩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LLM들과 대화하며 Triton, vLLM, ONNX, TensorRT, LangChain, LangGraph, Hugging Face에서 모델을 가져다 쓰는 법을 익혔다.

그런데 이 학습은 내가 평생 해온 학습과 결이 완전히 달랐다. 예전엔 책을 사거나 강의를 들으며 먼저 배우고 그다음에 만들었다. 이번엔 순서가 없었다. 모르는 걸 묻고 → 만들어보고 → 막히면 또 묻고 → 내가 아이디어를 제안해 토론하고. 나보다 잘난 개발자와 나란히 앉아 같이 만들면서, 만드는 결과물과 내 실력이 동시에 자라는 방식이었다.

build in public이라는 말은 있어도, 이건 그것과 다르다. 만들면서 공개하는 게 아니라 만들면서 배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걸 build in studying이라 부른다. (찾아보니 비개발 전문가가 AI로 직접 빌드하는 걸 domain expert building이라 부르더라. 비슷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만드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배운다는 쪽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 흔히들 “도메인은 오래 걸려 쌓이고 기술은 AI가 대신한다”고 한다. 그런데 build in studying은 그 전제마저 흔든다. 도메인 습득 자체가 가속되기 때문이다.

희소한 것이 바뀌었다

버티컬 AI(특정 산업·도메인에 특화된 AI)가 요즘 가장 뜨거운 흐름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범용 도구보다 한 도메인에 깊이 파고들어 그 도메인의 데이터와 워크플로를 쥔 제품이 강하고, 투자자들도 그런 버티컬에 베팅한다.

여기서 역전이 일어난다. 예전엔 기술을 가진 사람(개발자)이 희소했고, 도메인은 그 위에 얹는 것이었다. 지금은 기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희소한 것이 “무엇을 만들 가치가 있는지 아는 도메인 감각”과 “새로운 걸 빠르게 배우는 학습 능력”으로 옮겨갔다.

그러면 얼핏 개발과 무관해 보이는 경력이 갑자기 자산이 된다. 나 자신도 인문·사회과학을 깊이 공부하다 엔지니어링으로 옮겨온, 분야를 가로지른 비전통 경로를 걸었다. 한때는 “일관성 없는 이력”처럼 보였던 것들이, build in studying 시대엔 전부 버티컬 AI의 원료가 된다.

그런데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다

여기서 멈추면 순진한 낙관이다 — “AI만 있으면 누구나 뭐든 만든다”는. 그건 사실이 아니다.

아무 기반이 없어도 된다. 단, 아무나 되지는 않는다. 사람마다 맞는 분야가 있다. 법은 정말 잘하는데 공학적 사고는 도무지 안 되는 사람이 있고, 공학 수학은 잘하는데 문학·역사·철학은 못 따라가는 사람도 있다. AI는 당신의 학습 능력과 맞는 적성을 극대화하지, 없는 적성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내가 build in studying이 통한 건, 운 좋게도 모르는 분야를 배우는 데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좋아하는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학습 능력이 좋은 사람이 AI를 잘 쓰면 그 능력이 증폭된다. 하지만 자기와 맞지 않는 분야에선 AI도 못 건진다. 운동에 재능 있는 사람은 AI로 식단·훈련법을 받아 선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게 불가능하다 — 운동 재능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이라서. AI는 그 격차를 메워주지 못한다.

현업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건 사이드 프로젝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강의도 책도 없이 AI와 함께 공부하며, 지금 내가 속한 조직에서 내부용 도메인 AI 시스템을 혼자 만들고 있다. 그리고 부서의 다른 사람들이 AI에 대해 나에게 물으러 온다. 어느새 전문가 대접을 받는다.

웃긴 건, 나는 특별한 걸 한 게 없다는 것이다. 그냥 오래 그들과 일했고, AI라는 새 도메인을 AI와 함께 배웠을 뿐이다. AI 분야도 결국 하나의 도메인인데, 그걸 책이 아니라 만들며 익혔더니 그 도메인을 쌓는 시간이 줄었다. 이게 build in studying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모습이다.

가져갈 것

버티컬 AI의 재료는 화려한 기술 스펙이 아니다. 이미 당신이 가진 도메인 × 배우길 좋아하는 성향이다. 코딩을 몰라서 묻어뒀던 아이디어가 있다면, 지금은 그게 죽지 않는 시대다.

다만 정직하게 — 아무 기반 없어도 되지만, 아무나 되는 건 아니다. AI는 당신을 증폭하는 도구지, 없는 당신을 창조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러니 질문은 “나는 개발자가 아닌데”가 아니라, “나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배우길 즐기는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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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ai, vertical-ai, vibe-coding, learning, career, opinion